자전거를 타고 속초를 가기 위해 새벽 3시 30분 집을 나섰다.
집에서부터 자전거로 출발하고 싶지만 양평까지 가는 길에 있는 터널구간이
새벽 자전거로 달리기엔 너무 위험해서 출발지점을 양평 만남의 광장으로 정했다.
하루에 달려야 하는 거리는 대략 160km.


4시 30분에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실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조립하는데
이런~~ 앞 브레이크 패드를 조이는 육각나사가 없어졌다.
전날 자전거를 차에 넣느라고 앞바퀴를 빼는 과정에서 빠진 녀석이 없어진 모양이다.
다른 부속은 모두 잘 있는데 하필 고정시키는 나사만 없어지다니...
주차장 바닥을 아무리 뒤져도 없다. 아무래도 뒷브레이크에만 의지해서 가야 할 모양이다.
 

나사 하나 때문에 소란을 피우느라 예정보다 조금 늦은 5시 2분에 출발했다.
과연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중간에 고장이나 사고없이 잘 갈 수 있을까?



초반에는 비교적 편한 레이스였다.
체력도 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구간이라서 편하게 홍천까지 갈 수 있었다.
홍천 검문소 앞에서 봉길이형을 만나 함께 아침을 먹었다.
자전거로 가는 두 사람을 지원해주기 위해 봉고차를 몰고 온 봉길이형!
자전거 타는 사람은 타는 재미라도 있지만 지원을 위해
봉고차를 10시간 넘게 운전해야 하는 봉길이형은 또 무슨 고생이람.


마침 홍천의 자전거 가게에서 육각 나사를 구할 수 있었다.
나사를 주시면서 그냥 가라고 하는 아저씨의 인심.
오히려 시골이라서 가게 문도 일찍 열고 인심도 후한 것 같다.
브레이크를 앞뒤로 갖추니 다소 덜 위험하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나사를 하나 조이는데도 전문가가 있는 것일까?
아침까지는 잘 달리던 자전거가 브레이크를 조립하고 나서는 힘들다.
앞에 가는 인호형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힘이 들어 살펴보니 앞 브레이크 패드에 림이 계속 닿는다.
오래된 자전거라 림이 휘어서 브레이크 패드 간격 조정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어쩌랴. 갈 길이 아직 멀어도 그냥 달려야지. 브레이크가 완전히 걸린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작은 방해에도 자전거의 나가는 속도가 떨어지고
힘이 더 드는 것을 보니 끝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모양이다.

 

가끔 단체로 레이싱하는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스쳐 지나간다.
운동의 힘일까? 자전거의 성능차이일까? 나는 정말 힘든 오르막 길을 씽씽 거리며 올라간다.
하기야 나는 연습도 부족하고 최근에 자전거를 타 본 횟수도 몇 번 안되니까 힘들겠지.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몸이 거리를 기억한다.'라는 말이 있다.
마라톤 완주를 하려면 연습 중에 적어도 그 거리 이상을 한 번이라도 뛰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시간을 목표로, 어떤 때는 거리를 목표로 조절하면서 연습을 해 둬야
실전에서 몸이 그 거리와 시간을 기억해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연습에서 가장 멀리 가 본 거리인 60km가 넘어가니 몸이 엄청나게 무겁다.
재미있는 것은 다리 근육이 힘들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숨이 찬 것도 아닌데 몸이 축 쳐지고 무겁다.
자전거는 더 힘을 줘도 안 나가고...... 일단 100km까지 만이라도 가보자.


(내가 타고 간 10년이 넘은 녹슨 자전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속초가 가까워 올수록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벼워진다.
내 나름대로의 페이스로 가자고 생각하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 생각이 든다.
이렇게 힘들게 가다가 미시령을 앞둔 마지막 휴게소에서 브레이크 패드를 아예 빼 버렸다.

이제 주로 오르막길이니 브레이크 사용이 적을테고 미시령 정상에서 다시 끼우고 내려간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브레이크 패드를 빼고 나니 자전거가 나가는 게 다르다.
진작에 빼고 달렸으면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을텐데
작은 마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랜 시간을 달려야 하는 장거리에서는 큰 방해가 된 것이다.


미시령 옛길은 3km의 오르막과 6km의 내리막으로 되어 있다.
비록 오르막은 심하지만 3k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를 끌면서라도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거의 자전거를 끌고 간 나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간 인호형과의 시간차는 거의 없었다.
 


끝까지 완주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또, 자전거를 끌지 않고 타고서 미시령을 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힘든 3km를 자전거로 어렵게 올라가는 것일 것이다.
정상에서의 시원한 바람과 신나게 내려올 수 있는 6km가 있기 때문에......